「산바람 · 글바람 ㊴」 울릉도 성인봉 산행기, 푸른 멀미를 건너 섬의 산에 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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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봉정상 묵호행 밤기차와 울릉도행 여객선을 타고 혼자 울릉도로 향했다. 사동항에 도착한 뒤 안평전에서 성인봉에 오르고 도동항으로 내려왔으며, 다음 날에는 독도 앞바다까지 다녀오며 섬과 산, 바다와 멀미가 뒤섞인 여행을 만났다. 산바람이 스쳐 간 자리에는 풍경이 남고, 글바람이 머문 자리에는 기억이 남습니다. 산을 걸으며, 마음에 한 페이지를 적어 내려간 기록. 울릉도 성인봉은 섬 한가운데 솟은 산이었다. 나는 푸른 동해의 멀미를 건너 그 산에 올랐고, 섬은 바다와 숲과 사람 사는 소리로 나를 맞아주었다. 미지의 섬으로 가는 밤기차 울릉도는 오래전부터 마음속에 있던 섬이었다. 가보겠다고 마음먹은 것이 몇 번인지 모른다. 지도 위에서는 그리 멀지 않아 보였지만, 막상 떠나려 하면 늘 마음이 한 번 더 망설여지는 곳이었다. 섬이라는 말에는 묘한 설렘과 거리감이 함께 있다. 산은 길을 찾아가면 오를 수 있지만, 섬은 바다를 건너야 한다. 날씨가 허락해야 하고, 배가 떠야 하고, 멀미까지 감당해야 한다. 그래서 울릉도는 쉽게 가는 여행지가 아니라 마음을 단단히 먹고 건너야 하는 여행지처럼 느껴졌다. 2014년 4월, 마침내 마음을 정했다. 4월 25일 금요일 밤, 묵호행 마지막 기차를 탔다. 청량리에서 출발하는 11시 25분 강릉행 무궁화호였다. 기차에 오르자 어린 시절 수학여행이라도 떠나는 기분이 들었다. 평소에도 산을 찾아 기차를 타곤 했지만, 그날의 기차는 조금 달랐다. 목적지가 산 아래 역이 아니라 바다 건너 섬이라는 사실 때문이었을 것이다. 차창 밖은 어두웠고, 객실 안 사람들은 하나둘 잠들었다. 나는 쉽게 잠들지 못했다. 마음은 이미 울릉도 바다 위를 떠다니고 있었다. 가방 안에는 등산화와 산행 준비물이 들어 있었고, 머릿속에는 성인봉이라는 이름이 떠올랐다. 기차는 밤을 가르며 동해 쪽으로 달렸다. 네 시간 반쯤 흘렀을까. 어느새 묵호를 알리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 이번 산행 한눈에 보기 🏔 산행지 울릉도 성인봉 📅 산행...

「산바람 · 글바람 ㊳」 산막이옛길 산책기, 여름 새벽이 깨어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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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년 8월 9일, 삼복더위를 피해 새벽 산막이옛길을 걸었다. 텅 빈 주차장과 잠든 매점, 괴산호에서 불어오는 바람, 물 위의 작은 배와 어부, 그리고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의 발소리까지 조용히 깨어나는 길을 만났다. 산바람이 스쳐 간 자리에는 풍경이 남고, 글바람이 머문 자리에는 기억이 남습니다. 산을 걸으며, 마음에 한 페이지를 적어 내려간 기록. 산막이옛길의 새벽은 서두르지 않았다. 사람보다 먼저 바람이 길을 열고, 호수와 나무가 천천히 잠에서 깨어나는 시간이었다. 삼복더위에 떠올린 길 산행일은 2026년 8월 9일이었다. 삼복더위가 한창인 8월이다. 사람들 입에서는 휴가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따라다니고, 나 역시 가고 싶었던 산 몇 곳을 머릿속에 올려두었다가 슬그머니 지워버렸다. 산을 좋아한다고 해서 더위까지 좋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게 부담 없이 걸을 곳을 생각하다 문득 떠오른 곳이 산막이옛길이었다. 벌써 세 번째인가 보다. 어떤 때는 등잔봉으로 올라 산을 탔고, 어떤 날은 괴산호를 바라보며 천천히 옛길을 걸었다. 같은 길인데도 올 때마다 풍경이 조금씩 다르다. 이번에는 한낮의 뜨거운 햇살을 피해 새벽에 길을 나섰다. 여름 산행은 때로 욕심을 내려놓는 일부터 시작된다. 높은 산, 긴 능선,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오르막도 좋지만, 삼복더위 앞에서는 한 걸음 물러서는 지혜도 필요하다. 몸을 괴롭혀가며 정상을 확인하는 것보다, 새벽 공기 속에서 조용히 걷는 길 하나가 더 오래 남을 때도 있다. 산막이옛길은 그런 날에 떠오르기 좋은 길이었다. 🌿 이번 산행 한눈에 보기 🏔 산행지 충북 괴산 산막이옛길 📅 산행일 2026년 8월 9일 🥾 산행 코스 산막이옛길 주차장 → 산막이옛길 입구 → 괴산호 주변 옛길 → 앉은뱅이약수 일대 → 산막이옛길 왕복 산책 📏 산행 거리 정확한 거리는 기록하지 않았으나, 괴산호를 따라 걷는 가벼운 새벽 산책 ⏱ 산행 시간 한낮 더위를 피해 걸은 새벽 시간대 산책 ...

「산바람 · 글바람 ㊲」 치악산 종주 산행기, 나를 넘어 다시 길 위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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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 7월 31일, 성남 매표소에서 상원사와 남대봉, 향로봉, 비로봉을 지나 구룡사 매표소까지 약 20km를 11시간 동안 걸은 치악산 나홀로 종주 산행기. 놓칠 뻔한 기차와 성남리 민박의 잠 못 이룬 밤, 새벽 상원사 계곡, 남대봉과 향로봉, 비로봉의 고단한 오름과 구룡사 계곡의 시원한 물까지 기록한 여름 종주 이야기. 비로봉정상 돌탑 2005년 7월 31일, 새벽 4시 30분 성남 매표소를 출발해 상원사와 남대봉, 향로봉, 비로봉을 지나 구룡사 매표소까지 걸었다. 약 20km, 11시간 동안 이어진 나홀로 종주에서 힘든 길을 끝까지 걸어낸 자부심과 살아가는 용기를 다시 얻었다. 산바람이 스쳐 간 자리에는 풍경이 남고, 글바람이 머문 자리에는 기억이 남습니다. 산을 걸으며, 마음에 한 페이지를 적어 내려간 기록. 치악산 종주는 산 하나를 넘은 일이 아니었다. 더위와 피로, 잠 못 이룬 밤과 흔들리는 마음을 지나, 내가 나에게 한 약속을 끝까지 지켜낸 하루였다. 한 달에 한 번, 나와 한 약속 산행일은 2005년 7월 31일이었다. 한 달에 한 번은 나 혼자 산에 가기로 스스로 약속했던 때가 있었다. 주로 종주가 목표였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 약속은 내 안에서 제법 단단했다. 이달 산행은 자칫하면 일 때문에 못 갈 뻔했다. 기차 시간을 놓치면 산행 자체가 어려워지는 일정이었다. 현장 마무리를 부랴부랴 확인하고 청량리로 향했다. 출발 20분 전, 택시를 타고 겨우 역에 도착했다. 오후 5시 원주행 새마을호. 일단 기차에 몸을 싣고 나니 그제야 마음이 조금 놓였다. 산행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지만, 기차에 올라탄 순간 이미 반쯤은 길 위에 선 기분이었다. 원주에 도착하니 조금 연착도 되고 이것저것 하다 보니 오후 7시가 다 되어갔다. 치악산은 여러 번 가보았지만 아직 종주는 하지 않은 상태였다. 이번에는 치악산을 제대로 걸어보고 싶었다. 코스는 신림 쪽 성남 매표소에서 시작해 상원...